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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

 

그 사실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그레이스도 결국은 도그빌 사람들과 같은 아니 어쩌면 더 잔인한 악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정말 도그빌. 얼핏 보면 갈 데 없는 주차장처럼 보이는 이 공터를 사과 꽃이 무성한 시골 마을로 만드는 것은 관객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일 것이다. 이 레포트를 쓰기 위해 나중에 조사해 본 결과 이 형식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마 선언으로 인한 것이었다. 정말 재밌는 것은 내가 도그빌 사람들의 그레이스에게 한 짓들을 보면서 그레이스처럼 분노하고 그레이스가 `도그빌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편이 훨씬 좋은 일이에요`라고 하면서 도그빌 사람들을 몰살시켰을 때 나도 그 말에 공감하고 나도 모르게 통쾌하게 느꼈다는 사실이다. 소위 착한 사람과 나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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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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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

김승민

 

도그빌 - 인간과 그 안의 괴물

도그빌은 덴마크 출신의 감독인 라스 폰 트리에의 2003년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를 반전이 있는 스릴러물이라는 얘기를 얼핏 듣고서는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도 아니었고 나에게 여러 가지 충격과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그런데도 내가 이번 레포트의 화두로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이런 놀라움과 어찌 보면 경악스러운 영화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레포트가 하나의 주제로 나의 참신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나는 조금 욕심내어 형식과 내용의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영화를 감히 분석해보려고 한다.

거의 3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 동안 처음엔 지루하기도 했지만 볼수록 영화의 형식에 놀랐다. 이 영화는 록키 산맥 아래 작은 마을 ‘도그빌’이 배경이라고는 하는데, 이건 숲도 산도 당최 보이지를 않는다. 눈에 들어오는 건 하얀 초크로 경계선을 친 후 휘갈긴 ‘산’이니 ‘밭’이니 하는 글자들 뿐. 얼핏 보면 갈 데 없는 주차장처럼 보이는 이 공터를 사과 꽃이 무성한 시골 마을로 만드는 것은 관객과의 보이지 않는 약속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좇는 형식은 연극이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는 9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마을 상황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해설자가 사건의 추이며 등장인물의 심리까지도 점잖게 읊어주기도 한다. 이런 형식의 영화는 처음 접해본 나였기에 이 형식의 숨은 의도와 매력이 쉽게 와 닿지는 않았다.

이 레포트를 쓰기 위해 나중에 조사해 본 결과 이 형식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도그마 선언으로 인한 것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이나 지나친 편집 등 영화의 기계적 속성으로부터 영화를 지키려는 이른바 ‘도그마’ 선언의 주축이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이런 연극적 형식으로 영화를 찍었다는 것 자체가 도발로 느껴졌다. 난 문학도, 연극이나 영화도 아는 것이 없지만 문학이라는 어머니와 테크닉이라는 아버지를 둔 영화로부터 아버지의 존재를 분리해 내려는 의도로 난 해석할 수 있었다.

또 하나의 내가 생각한 감독의 의도는 인간의 속내를 까발리기 위한 것이다. 연극의 형식으로서 이 영화에서는 서로 가려주는 집과 집 사이의 벽이나 통로, 담 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그빌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숨김없이 다 볼 수가 있다. 그것은 어떤 뜻일까 나는 우리 안의 악한 본성을 익명성 안에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도 어쩌면 그것을 알고 이 영화에선 한번 다 까발려 보자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이제는 영화의 내용에 눈을 돌려보자. 도그빌에 대해 조사한 것 중에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강하게 느낄 수 있었던 이 영화의 주제에 관한 것이다. 이 영화는 누가 보나 휴머니즘에 대한 의문의 제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미국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위 미국 3부작의 첫 번째 편이라고 한다. 감독은 미국의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보다는 “권력을 쥔 자는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라는 물음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한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도그빌이라는 마을이 특정 나라를 비판한 것이라고 그것에 중점을 두고 이 영화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도그빌이 어느 나라든 지역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그냥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마치 다른 영화처럼 선과 악이 확연히 구분되어 보인다. 그레이스는 선이고 그레이스를 개처럼 취급하고 학대하는 도그빌 사람들은 악으로 보일 것이다. 물론, 그 사실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말에서는 그레이스도 결국은 도그빌 사람들과 같은 아니 어쩌면 더 잔인한 악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녀에게는 용서의 감정이 없어져버렸다. 도그빌 사람들에 의해 그녀가 변한 것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원래 그 안에 괴물 같은 하나의 본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 뿐 아니라, 도그빌 사람들도,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나 자신 또한 그렇다.

정말 재밌는 것은 내가 도그빌 사람들의 그레이스에게 한 짓들을 보면서 그레이스처럼 분노하고 그레이스가 `도그빌 마을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편이 훨씬 좋은 일이에요`라고 하면서 도그빌 사람들을 몰살시켰을 때 나도 그 말에 공감하고 나도 모르게 통쾌하게 느꼈다는 사실이다. 내가 그레이스였어도 권력을 가져서 복수할 수 있는 입장이 되면 잔인하게 복수를 하겠구나하고 느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본성에는 다 괴물의 모습이 있다는 것이다. 영상문학 수업시간에 타자성을 배울 때 타자라는 것은 억압된 것의 상징이고 이것이 귀환하는 것이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괴물들의 모습이라고 했다. 하지만 보기에 흉측하고 무서운 괴물들이 다가 아니라 도그빌에서처럼 나타나는 우리 안의 괴물의 모습이 진정 흉악한 괴물이 아닌가 싶다. 평소에 우리는 남의 시선 때문에 또는 건강한 자아를 유지하기 위해서 본능의 악한 부분을 숨기고 억압하다가 어떤 시점에서 그것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여러 평론가들은 미국에 대한 비판이나 인간은 권력에 휘둘리는 존재라는 시점으로 이 영화를 분석했다. 나도 그 평론에 물론 동감하지만 난 비단 특정 지역이 아니라, 또 권력 때문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괴물성에 중점을 두었다. 소위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은 자기 안의 괴물을 얼마나 잘 숨기는지의 정도로 구별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나에게 인간성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했다. 나도 인간이지만 인간이 지니고 있지만 그를 숨겨야 하는 괴물성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하는 영화였다. 마치 이 영화 때문에 내가 성악설의 신봉자가 된 기분이지만 비단 이 영화가 아니라 다른 현상들이나 영화 등을 봐도 우리 모두가 각자 안에 괴물을 키우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감독은 연극의 형식을 빌어 다 까발리고 싶었던 것은 우리 안에 숨겨져 있던 괴물성의 정체였던 것 같다. 정말 도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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